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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사물에 대한 기억] 동전 & 카드 지갑

공공이 2023. 1. 24. 19:09

동전 & 카드 지갑

지금은 손재주 좋은 사람들이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시대인 듯하다.

나는 명품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. 정확히 말하면 명품을 살 돈이 없다

더불어 한 땀 한땀 녹여 넣은 실바느질과 그 정성을 더 좋아한다.

나도 한 때는 손바느질이 좋아서 자수도 해보고 손바느질 소품들을 만들었지만

그 시간과 노력을 알기에 핸드메이드 제품들이 더 빛나보이 기도 한다. 

 

이젠 너무나도 많이 알려진 App 아이디어스 어떤 작가님이셨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5년 정도 된 거 같다. 

심플한 캔버스 백이 갖고 싶어서 한참을 어플을 해 집고 다니다가 발견해서 가방을 구매해서 받았다.

그런데 저 조그마한 지갑이 사은품으로 같이 들어 있었다. 

데님 소재된 지갑은 검은 안감이 덧대어 있다. 

 

엄청 심플하지만 엄청 촌스러운 이 동전 지갑이자 카드 지갑 

중간에 다른 카드지갑을 썼지만 결국 이 지갑으로 다시 돌아왔다. 

 

왜일까?

어쩌면 이것저것 막 집에 넣는 내겐 딱일지도 모르고 

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서 일지도 모른다. 

그리고 어느 날 문득 지갑을 열면서 지갑 양쪽 모서리가 해진 것을 보았다. 

 

언제 이렇게 닳았을까? 

관심조차 없던 모서리가 나는 꽤나 신경 쓰였다. 

손 때 묻은 시간들이 머릿속을 지나가기도 했고

어쩌면 이 지갑에 대한 내 집착일지도 모르고 

어쩌면 무관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. 

 

그러면서 20대 때 처음 큰돈으로 산 지갑을 다시 보게 됐다. 

공홈에서 세일해서 샀던 블랙 장지갑

그 지갑도 아직 버리지 않았다. 

이유는 심플하다 거기엔 나의 20대의 친구들과의 폴라로이드 사진과 

코팅된 행운의 1달러가 들어있기 때문에 

 

그런데 왜 이 작은 동전 & 카드 지갑은 비우고 나면 

아무것도 남지 않는데... 채우고 났던 카드와 명함이 채우고 있는 

흔적만 남는데... 그거밖에 없는데... 

아마도 난 그 비워진 지갑이 싫은 것인지도 모르겠다. 

 

무엇인가를 채우고 있는 그 부피감이 

비워진 것보단 나으니까 

어느 순간은 달밤 어둠을 가득 채운 달보다도

지금 이 순간을 채운 작은 지갑의 부피가

나에겐 크니까.

 

오늘도 지갑은 외투 한쪽을 혹은 가방 안을 채운다.

내게 있는 지갑을 난 오늘 기억했다.